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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노래한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마술사 '한만호'

  • 황인솔 기자
  • 2020-09-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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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마술사
'한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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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무대 위에 올라선다. 패션 잡지를 뒤적이더니 마음에 드는 안경을 현실로 꺼내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알록달록한 멜빵, 시계, 구두, 심지어 슈트까지. 능숙하게 잡지 속 아이템을 꺼냈다 넣었다 하니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멈추지 않는다.

이 공연은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는 마술사 한만호씨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무대 위 6분을 위해, 무려 5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했던 일을 현실로 구현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있었을까. 그의 무대를 보면 마술사의 정의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한만호씨는 이미 굵직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마술사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버스킹이라는 새 무대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어떠한 현실을 만들고자 하는 걸까.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한만호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술사 한만호입니다. 저는 올해로 서른 살이고요, 13년간 마술사로 활동 중입니다. 대학에서 마술학을 전공한 뒤 2018년 열린 세계마술올림픽 FISM WCM에서 2관왕을 수상했고, 2020년에는 버스킹 공연 기획과 제작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술학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마술학과에서는 실기 위주의 수업을 진행합니다. 교수님마다 잘 하시는 분야가 달라서 다양한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서 소도구를 이용해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마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까지요. 그리고 매주 발표회 형식으로 개인 마술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학과생들 전체 앞에서 자신의 공연을 선보이는 셈이죠. 거기서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았던 것 같아요.

만호님은 언제부터 마술을 시작하셨나요?

중학교 2학년 때 TV에서 최현우 선배님이 10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동전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마술을 하시는 걸 봤어요. 그때 '저건 꼭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그 마술도구를 구매한 뒤 친구들에게 보여준 게 저의 첫 번째 마술 공연이었어요. 그 뒤로는 취미로 마술을 하다가 고등학교 때 조그마한 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갔고, 이후 3년간 거울 앞에서 연습을 해왔습니다.

위에서 대회 수상 경험을 이야기하셨는데, 어떤 공연을 하셨나요?

'쇼핑 하울'이라는 마술을 선보여 마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FISM WCM'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어요.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잡지책을 보면서 시계나 재킷같이 가지고 싶은 아이템들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고, 하나씩 직접 착용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주제의 공연이었죠. 6분짜리 공연이지만 창의적인 마술을 만들고 싶어서, 제작하는 데 5년이 걸렸어요.

버스킹 공연은 올해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요즘은 버스킹이라는 공연 장르가 대중화됐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버스킹을 못하는 제 자신이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 때문에 버스킹 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또 무대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더라도 공연을 잘 풀어나가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마술을 바로바로 알아채고 레퍼토리를 바꿔가는 것도 공부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쉽지만은 않으셨겠어요

정말 힘든 몇 개월이었어요. 기존에 잡혀있던 공연들이 전부 사라지고, 특히 여름이 성수기인데 거의 취소됐다 보니까... 실직자가 된 심정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연습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안정화됐을 때 더 바삐 살 수 있는 준비랄까요?

그래서 '청년을 노래한다' 사업이 더 반가우셨겠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공모사업을 찾아보던 중, '청년을 노래한다'를 발견하게 됐어요. 사실 공연하는 게 너무 그리웠거든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지원했죠. 운 좋게도 담당자분들이 좋게 봐주셨는지 무대에 설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마술을 보여주실 계획인가요?

공연 제목은 '3컬러 매직버스킹'입니다. 이름처럼 세 가지 색깔을 가진 무대를 꾸며보려고요. 첫 번째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호흡하는 마술인 '클로즈업 매직', 두 번째는 마술하면 떠오르는 비둘기와 불 쇼를 보실 수 있는 '스테이지 매직', 세 번째는 관객과 소통하며 웃음을 주는 '팔러 매직'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자놀이나 LED 퍼포먼스,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연, 화려한 퍼포먼스로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적 응원 메시지가 담긴 마술. 남녀노소 좋아할 수 있고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가평 운악계곡에서 한차례 공연을 진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사실 실수를 정말 많이 했던 공연이었어요. 무대가 트럭 위에 설치돼 있어서 생각보다 동선 제약이 컸고, 어린아이들이 올라오기에도 어려웠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분들이 열정적으로 도와주셨고, 관객분들도 즐거워해주셔서 안전하게 공연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이 사실을 담당자분께 말씀드렸더니 다음에는 무대를 바꿔주신다고 하셔서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남은 2020년에는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2020년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이 계속될 것 같아서 사진이나 영상 같은 다른 예술 분야도 공부해보고, 버스킹에 필요한 퍼포먼스도 연습할 계획이에요.

조금 부끄러운 질문이지만 해볼게요, 만호님께 '마술'이란?

저에게 마술이란 '가족'이에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순간들은 늘 마술과 함께였거든요. 그리고 마술을 통해 배운 것도 많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아마 마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 인생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아티스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많은 분들께서 힘드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힘든 시기인 만큼 더 참고 버티면서 미래를 기약한다면 이 순간을 보상받을 날이 올 거예요. 언젠가 공연문화가 다시 정상화된다면 공연장에서,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길 소망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인사

'청년을 노래한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운영자분들. 힘든 시기에 이런 단비와 같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공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순간들이 많아서, 마술을 업으로 삼은 걸 후회한 적도 있거든요. 그래도 그동안 마술을 통해 얻은 멋진 경험들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술이 싫어지지 않는 한에서,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마술사 한만호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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