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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출신 유튜버 흑빈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어요'

  • 황인솔 기자
  • 2020-08-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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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C가 30여명의 크리에이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라는 것인데요.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는 '편집'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단 1분의 분량을 만들기 위해 수십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 안에 흐름과 재미까지 담아내야 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김흑빈'님은 조금 다릅니다. 영상 편집이 가장 재밌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분인데요. 이러한 적성을 살려 구독자 100만 이상의 유튜버의 편집자로도 일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과감한 퇴사를 결정, 현재는 리뷰 전문 채널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흑빈님은 '어딘가에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다'라는 포부를 갖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조력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로 결정한 크리에이터의 이야기.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떤 생각으로, 어떠한 영상들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SUPER MIC
VOL. 29
흑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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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C | 안녕하세요 흑빈님! 수퍼C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흑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김흑빈입니다.

수퍼C | 흑빈이라는 활동명은 어떤 뜻인가요?

한자 검을 흑(黑)과 영단어 빈(bean)을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제가 얼굴에 큰 점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코 옆에 콩이 달려있다고 놀림을 당했었거든요. 한때는 그것 때문에 힘들어서 확 없애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미운 정이 들더라고요. 저만의 아이덴티티가 된 거죠. 그래서 이 특징을 활동명으로 짓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검은콩', '검정콩', '흑콩' 등 여러 가지로 했었는데 검색과 조사 끝에 희소성 있는 흑빈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했습니다.


수퍼C |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유명 크리에이터의 편집자로 일했어요. 사실 편집을 따로 배운 적은 없는데요. 군대 전역 후에 '나는 대체 뭘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일을 찾다가 예전에 재미 삼아 동영상 편집을 해봤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편집을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하니 정말 즐거웠죠. 몇 개의 영상을 만들다가 '트게더'라는 사이트에서 구인구직을 할 수 있다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트폴리오를 올려봤어요. 그런데 일주일 만에 어떤 유튜버 분에게 연락이 와서 편집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편집자 생활을 했습니다.

수퍼C | 자신의 채널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편집자로 일하면서 항상 '내가 이런 생활을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을 하면 할수록 편집 능력은 좋아지겠지만, 언젠가 내가 맡고 있는 유튜버가 그만두게 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나만의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조금씩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지금의 '흑빈' 채널이 됐습니다.


수퍼C | 흑빈 채널에는 어떤 콘텐츠를 올리고 있나요?

제 채널 콘셉트는 '인간 리뷰'입니다. 한 영상마다 한 사람을 정해서 리뷰하는 식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개했다가 제가 원하던 리뷰 대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편집자, 유튜버, 스트리머처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장단점을 '희망편', '절망편'으로 나눠 리뷰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그런 것보다는 캐릭터 리뷰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유명 캐릭터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조사해서 저만의 드립, 병맛 요소를 넣은 영상들을 제작 중입니다.

수퍼C | 많은 카테고리 중 '리뷰'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게임을 주된 콘텐츠로 하고 싶었는데요. 방송을 하려니까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없더라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고, 다른 크리에이터보다 더 재밌게 할 자신도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콘텐츠를 찾다가, 말하는 걸 좋아하니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리뷰 영상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수퍼C | 리뷰하셨던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을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

제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포켓몬스터 지우 아버지' 영상이 기억에 남네요. 잘 보시면 이 영상과 그전 영상의 업로드 간격이 약 한 달 정도 되는데, 제가 이때 정말 힘든 시기였거든요. 편집자, 유튜버라는 갈림길에서 한참을 맴돌 때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많은 분들이 제 첫 캐릭터 리뷰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아주시더라고요. 재밌다는 칭찬이나 여러 피드백이 들어오니, 힘이 나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원동력이 생겼죠.

그러다가 떠오른 게 포켓몬스터였고 주인공 지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우 아버지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어요. 이 영상을 만들 때는 지우에 대한 배경지식을 찾아 정리하고, 주제에 맞는 짤방을 찾은 다음, 그 장면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찾아 다시 한번 시청했어요. 제가 느꼈던 감정과 팩트를 함께 넣으려고 노력한 거죠. 아침부터 새벽까지 자료조사와 작업을 병행했는데, 하루 종일 겨우 1분 분량을 만들었을 때는 한숨을 쉬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제가 올린 영상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그 고생을 보답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수퍼C | 드립력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 영감을 받는 곳도 있나요?

평소에도 사람들을 웃긴 뒤 리액션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건네는 말들을 영상에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드립의 출처는 가족들과 지인의 리액션이라고 할 수 있죠. 솔직히 드립이라기보다는 영상을 보면서 지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넣은 말들이라... 과연 재미가 있을까 불안한 적도 많거든요.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재밌다고 해주셔서, 작업할 때마다 떠오르는 대사나 상황들을 넣고 있어요.

그리고 제 영상에는 굉장히 많은 짤이 들어가는데, 그림을 그려주시는 작가님의 실력도 콘텐츠의 재미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서 재밌는 상황을 떠올리거나 만드는 경우도 많거든요.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님!

수퍼C | 앞으로는 어떤 인물을 리뷰할 계획인가요?

그동안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들의 '인성논란(?)'에 관련된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가능하다면 실존 인물도 리뷰해보고 싶어요. 항상 해보고 싶었던 건데, 리뷰 대상이 되는 분께 민폐를 끼칠까 봐 걱정돼서 못하겠더라고요.

수퍼C | 리뷰 영상 외에는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고 계시나요?

제가 직접 촬영한 영상들로도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에요. 아무래도 촬영부터 진행하는 게 '진짜 내 콘텐츠'라는 기분이 들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여행이나 특정 장소를 다녀오는 영상을 찍고, 저만의 색깔을 입혀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에요. 평화로운 브이로그는 아니겠지만 재밌고, 밝은 분위기의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수퍼C | 유튜버로서 독립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시나요?

더 많은 분들께 저를 알리는 거예요. 수치로 말씀드리면 10만 구독자 달성이 되겠죠. 또 언젠가 팬이 생긴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수퍼C | 유튜브 외에도 트위치 스트리머로도 활동 중이신데요, 각 플랫폼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방송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느낀 점을 말씀드릴게요. 트위치는 시청자들이 '도네이션'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각 스트리머만의 방송 문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유행어 같은 걸 시청자와 스트리머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죠. 유튜버는 라이브 방송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채널의 문화나 흐름을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트위치 채팅창과 다르게 유행어가 생기기도 어렵고, 고정 팬층이 눈에 띄기 어려운 구조에요. 결국 두 플랫폼의 차이는 시청자들이 스트리머, 크리에이터와 어떻게 즐길 수 있느냐의 방식 차이라고 생각해요.


수퍼C | 앞으로 3년 뒤의 유튜브 채널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은 출발선에 서있지만, 3년이 지났다고 해도 도착점에 도달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니 그때도 열심히 리뷰 채널을 일구고 있겠죠. 잘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장르를 다루고 해외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들과 협업도 하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수퍼C | 흑빈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어딘가에 저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어요. 물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충분히 이름을 알릴 수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연예인이라던가 인터넷 방송인을 동경했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흑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라든지, '재밌는 사람이었지'라는 인상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영상 작업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죠?

수퍼C |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수퍼C 구독자분들께 조언해 주신다면

만약 구독자분들 중에서 편집자를 꿈꾸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간단하게 한 마디만 해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가 레드오션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스트리머나 유튜버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그걸 실현하기 위한 편집자는 많이 부족한 추세에요.

만약 자신이 평소 유튜브나 여러 방송을 즐겨 보는데 편집에 관심이 있다면 당장 도전해보세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좋아했던 크리에이터의 편집자로 일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그 경력을 살리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영상 편집이 재밌어요. 적극 추천드릴게요!

수퍼C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처음부터 너무 힘주어 시작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노력도 좋지만 처음에 너무 많은 걸 소모해버리면 나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고, 몸과 마음도 금방 지치더라고요. 크리에이터는 얼마나 재밌느냐도 있지만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라는 게 정말 중요해요. 반드시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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